
출장이든 여행이든 숙소는 늘 기능적인 선택에 가깝다고 여겨왔다. 잠만 자면 된다는 생각, 위치만 괜찮으면 된다는 기준. 그런데 몇 해 전, 일정이 꼬여 우연히 예약한 소형 호텔 하나가 그 생각을 조금 바꿔 놓았다. 로비는 좁고, 엘리베이터도 느렸지만 창문을 열면 골목의 빵집 냄새가 들어오고, 밤에는 옆집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렸다. 불편함에 가까운 요소들이 오히려 공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로 숙소를 고를 때 지도를 확대해 주변을 한 번 더 보고, 후기에서 ‘조용하다’는 말보다 ‘생활 소리가 난다’는 표현에 더 눈이 간다. 완벽하게 정돈된 호텔보다 조금 삐뚤고, 관리자의 성격이 묻어나는 곳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다. 최근 머물렀던 트레 인근의 작은 호텔도 그랬다. 체크인은 셀프였고, 수건은 직접 챙겨야 했지만 방 안 조명이 유난히 따뜻해서 밤마다 괜히 커튼을 안 치고 앉아 있었다.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건 여행이 아니라 잠시 남의 일상을 빌려 사는 거 아니냐”고 했다. 꽤 정확한 말이다. 대형 체인 호텔에서는 느끼기 힘든 감각이다. 숙소 리뷰를 읽다 보면 침대 크기나 조식 종류만 잔뜩 적혀 있지만, 정작 머물면서 어떤 리듬으로 하루가 흘렀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요즘은 숙소를 고를 때 가격이나 등급보다 ‘그 동네에서 어떤 밤을 보내게 될까’를 먼저 상상한다. 늦은 시간 문 닫기 전 들를 수 있는 식당이 있는지, 아침에 창문을 열면 햇빛이 어느 쪽에서 들어오는지 같은 사소한 것들. 이런 기준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은 호텔과 지역 숙소 위주로 검색하게 됐고, 기록도 조금씩 남기게 됐다.
모든 숙소가 특별할 필요는 없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이유 하나쯤은 있었으면 한다. 그게 낡은 나무 계단이든, 밤마다 들리던 냉장고 소리든. 여행이 끝난 뒤에도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면, 그건 꽤 괜찮은 숙소였다는 증거니까.
김하린 에디터